“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동네로 출근할 수 있다면, 또 사장님 입장에서 근처의 이웃이 일을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역기반 로컬 구인구직 서비스인 ‘당근알바'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당근알바 PM Jennie 입니다. 오늘은 당근알바팀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는지,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조직 문화와 성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는 알바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유해 보려 합니다.
당근알바는 짧은 시간 내에 팀 규모도, 서비스 성장세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로 보면, 1년 동안 사람을 구하는 글이 2배 가까이 늘어나고, 10분 이내 연락받는 단기알바 서비스는 50% 가까이 성장했는데요.
성장의 첫 발걸음을 떼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중고거래와 마찬가지로, 알바나 모임 등 다른 서비스 역시 사용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또 하나의 작은 스타트업처럼 일하고 있거든요.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PMF(Product Market Fit) 검증, 즉 제품 시장 적합성을 살펴야 해요. 말 그대로 ‘제품과 대상 시장이 얼마나 맞는지’를 의미합니다.
2020년 당근알바팀은 PM, 프로덕트 디자이너, 백엔드·프론트 엔지니어 각 직군당 1명씩 있는 작은 팀으로 시작했어요. 새롭게 개척해 나가야 하는 분야의 사업인 만큼 빠른 속도로 가설을 검증하고 PMF를 찾아가야 했습니다. 출근하면 전날 데이터를 분석하고 퇴근 전에 기능을 수정해서 배포하는 빠른 실험을 수번 반복하며 이터레이션을 돌렸습니다. 한 문제에 모든 팀이 집중하고, 아주 빠른 속도로 하나씩 해결해 나갔어요.
그런데 한 가지 고민에 부딪혔어요. 당근마켓 내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OKR 방법론을 사용하는데요. 멋지고 가슴 설레는 Objective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 며칠을 고민하던 자신을 발견한 거예요. 문득 ‘당장의 성장이 중요한데, 더 있어 보이는 Objective를 만들기 위해 매몰돼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OKR은 목표(Objective)와 핵심 결과(Key Results)의 약자로, 측정 가능한 팀 목표를 설정하고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목표 설정 방법론입니다. 당근마켓 전사의 호흡대로 분기마다 OKR 목표와 핵심 결과를 설정해야 하려다 보니, 정작 당근알바팀의 속도와 불완전성을 담기 어렵다는 문제를 발견했어요. ‘구인유저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만든다?’, ‘높은 신뢰도를 가진 유저가 명확한 혜택을 갖는 서비스를 만든다?’ 비저너리한 Objective도, 그에 맞게 명확하게 맞아떨어지는 Key Result도 정하는 게 오히려 어려웠어요. 당장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하는 팀에서의 분기 목표는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중요한 지표는 계속해서 바뀔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이내 OKR이라는 툴에 스스로 매몰되어 잘못 활용하고 있다는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PMF를 찾아가는 과정과 목표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에 따라 알바팀은 OKR이라는 방법론을 두고서도 유연하게 생각하기로 인정하고 합의했습니다. “OKR보다는 PMF”를 외칠 정도로, 방법론 자체보다도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즉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집중했습니다.
리더·경영진과는 팀이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굵직한 방향성에 대한 합의를 맞추고, 팀은 속도에 올인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을 찾는 것 자체를 OKR 목표로 두고 모든 걸 시도했어요. 그 결과 팀은 ‘가까운 거리, 10분 내 빠른 매칭’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급하게 일손이 필요한 사장님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고 팀원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분기 단위로 해결해야 하는 유저의 문제들이 명확해졌습니다. 이때는 Objective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핵심지표 Key Result가 움직이는지 모니터링하는 게 효과적이고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OKR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었죠. 그리고 팀 내에서 OKR을 어떻게 활용할지 꼼꼼하게 논의해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알바팀의 실험과 규모가 커지면서, 이전보다 커진 문제들은 한번에 해결하기 어려워졌고 더 작고, 많은 실험이 필요했어요. 당근 내 다른 팀과의 협업도 필요해 각자의 컨텍스트도 많아졌고, 흘러가는 대로 일을 하게 될 때도 있었어요. 알바팀은 다시 스스로 반문했어요.
이게 OKR 달성을 위해 진짜 임팩트 있는 일인가?
이만큼의 시간을 써도 되는 일인가?
일정을 산정하고 예상되는 성과를 우선순위를 시각화했고, 자연스레 임팩트가 작다고 생각되는 일들은 없어지거나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2022년, 4명에서 시작한 당근 알바팀은 2년 만에 8명이 되었습니다. 빠르게 성장했기에 더 많은 팀원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는데요. 팀원이 2배 늘어난 사이, 동시에 돌아가는 프로젝트는 10개가 넘을 만큼 규모가 커졌어요. 이제는 더욱 정교하고 팀원 모두가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방향성을 담은 OKR이 필요해졌고, 모든 이니셔티브*는 OKR에 따라서서 진행했습니다.
*이니셔티브 initiative: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방법
그런데 또다시 문제가 생겼어요.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나아가야 하는 단계가 많아지면서, 1명이 담당하는 문제와 업무의 범위가 좁아졌다는 거였어요. 4명이서 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2년 전에 비해서, 최근에는 오늘 하루 내가 하는 일이 어떤 Objective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하기 어려워지고, 심리적인 거리감도 생겼습니다.
팀에서는 이런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했어요. 한 명 한 명이 제품 감각과 역량이 뛰어난 팀원들이기에, 내가 목표 달성에 크 게 기여하면서 제품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이자 곧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리라 믿었거든요. 그러면서 개별 태스크 하나하나가 어떤 목표와 연관이 있고, 얼마만큼의 기여를 하는지 가시화하고 체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나는 지금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어!’로 이어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 이후, Jira의 기본 셋팅과 칸반보드부터 바꾸기 시작했어요. 매일 마주하는 태스크에 Objective와 Key Result를 같이 볼 수 있도록 하고, 보드도 Objective 단위로 구성했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상 업무가 팀과 회사의 OKR 달성에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했어요.
팀 내 업무 리뷰 시간에도 단순히 태스크를 공유하는 것에서 벗어나, 각자가 만들어 낸 임팩트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개인 차원의 맥락에서 벗어나, OKR이 달성 가능한지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회고했어요. 필요하다면 업무 자체를 과감하게 드랍하는 결정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팀원 모두가 스스로 만들어 낸 성과를 체감하고, 팀과 서비스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모두 직접 실험을 설계하고 진행하며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당근알바팀이 일하는 방식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바뀌고 있어요. 서비스와 팀에 단계에 따라서 유연하게 변하거든요. 우리는 사용자가 느끼는 모습을 그려가면서 일하고 있는지, 그에 맞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솔직하게 충돌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오늘도 바뀌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방법은 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인정하고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한때는 팀이 일을 잘하기 위한 정석적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OKR을 활용해야 하는 툴이 아닌 절대적인 방법으로 믿은 것처럼요. 하지만 알바팀에서 빠른 속도로 서비스가 성장하는 과정의 중심에 있으면서 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 팀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를 위한 최적의 속도를 찾아가는 것, 냉정하고 과감하게 결정하는 것, 신뢰를 주고받고 솔직하게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모두 절대적인 정답이 아닌 계속 움직이며 찾아가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알바팀에 또 어떤 새로운 구성원이 함께할지, 어떤 방식으로 일할지 앞으로의 당근알바의 변화가 저조차도 궁금하고 기대돼요. 또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면 솔직하게 담아볼게요!
Product Mana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