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열정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 냉정하게 판단하되 애정 담아 관찰하기... 일과 삶에 있어 어떠한 가치도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커리어를 멋지게 펼쳐 나가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당근에 온 지 6개월이 되어가는 공통 서비스 개발팀 리더 Rachel인데요. 당근 팀이 더욱 당근다운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뒤에서 단단한 기반을 마련하는 공통 서비스 개발팀은 어떤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을까요?
말 그대로 각 서비스 개발팀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영역을 개발하는 일을 해요. 당근에서는 ‘하이퍼로컬’이라는 비전을 중심으로 수많은 팀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요. 모든 팀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서비스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이미지 업로드 혹은 다운로드하는 기능이 있어요. 이런 기능은 중고거래, 동네생활, 당근알바 등 모든 팀이 필요로 하지만 팀별로 각각 개발하기에는 비효율적이죠. 공통 서비스 개발팀은 그런 기술적인 니즈를 빠르게 발견해서 효율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각 팀의 개발자가 본연의 목적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전사의 기술 서비스를 지원하는 팀인 만큼 사명감과 책임감이 커요.
맞아요. 개발자 경험(Developer Experience·DX)을 향상시켜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에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앞으로 중고거래 외에도 다양한 지역 기반 서비스가 성장하며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텐데 그런 상황에 기술적으로 대비하고자 해요.
당근은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성장했고,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를 거치고 있어요. 이런 환경이 개발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가파른 성장만큼 기술 부채도 많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다양하고 깊고요. 이 정도 기술 부채를 가지려면 스타트업이 그만큼 크게 성장해야 하는데, 국내에 그런 회사는 많지 않죠. 이미 큰 성공을 이룬 대기업은 팀이 세분화되어 전사적인 관점에서 기술을 고민할 수 없고요.
당근에는 이런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 함께 성장을 만들어갈 기회가 있어요. 이는 지금 당근 같은 시기의 회사만 겪을 수 있는 거고 여기서 이 문제만 잘 해결하면 당근을 더 크게 성장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죠. 이런 환경이 개발자로서 찾기 힘든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크게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과거에는 어느 회사에 가도 항상 초기 3개월 정도는 그런 편견 때문에 힘들었어요. 면접에 남자 팀원과 함께 들어가면 당연히 남자분을 리더로 전제하는 경우도 있고, 제가 리더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악의는 없었다고 믿고 싶지만 기분이 좋진 않았죠. 하지만 여성 리더를 잘 경험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저 스스로 의지를 불태웠어요. 상대방이 인정할 수 있게끔 내가 잘해서 보여줘야겠다 싶었던 거죠. 저만의 리더십을 스스로 구축해 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이런 경험이 업계 전반에 쌓여 더 많은 여성 엔지니어가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전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했다면, 이번에는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아이였어요. 입사 전 당근 구성원과 티타임을 가졌었는데요. 당근에 나이가 어린 분들이 많은 느낌이었는데, 아이를 키우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당근은 일주일에 2번 재택 선택이 가능하고, 출근 시간도 11시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영되는데 이런 제도가 육아하는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사실 이전 직장에서는 육아하는 것 자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아이를 위해 반차를 써야 하면 사유를 ‘개인 사정’으로 쓰거나 아예 공유하지 않았죠. 그런데 당근은 육아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도 남녀 할 것 없이 편하게 이야기하고 다녀와요. 업무 시간에 사람들이 슬랙에서 종종 ‘급한 일이 생겨 제가 대신 아이 데리러 다녀와요~’라고 솔직하게 공유하는 모습도 봤고요. 신기했어요. 당근에는 육아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상의 일부로 인지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밥을 먹는 것처럼요. 그렇다고 누구 하나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게 아니니까,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이런 부분이 모여 일하는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는 자기 효능감이 중요한 사람이라 일이 곧 제 삶의 큰 에너지였어요. 하지만 첫 아이를 낳고 ‘재밌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엄마’로 남고 싶진 않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보통 새벽 6시부터 일을 시작하는데요. 오전에는 주로 개인 업무를 처리하고, 오후에는 회의나 협업에 시간을 쓰고, 저녁에는 조금 일찍 퇴근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요. 가끔 ‘둘 다 잡기 위해 너무 무리하고 있진 않나?’ 싶기도 한데, 그럴 때마다 제 리더 Alden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서 저도 너무 지치지 않게 조절하려고 노력해요.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안정감이 들더라고요.
리더는 ‘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리더가 ‘제일 많이 아는 사람’이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고, 모든 좋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줄 알았죠. 그런데 그럴 수 없잖아요. 제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결정이 늦어지니 초조해지고 그 자체가 병목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운 게 ‘팀이 하는 모든 일을 내가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예요. 팀과 구성원의 특징을 잘 활용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지, 팀이 하는 모든 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제는 가능한 한 많이 묻고 들으려고 노력해요. 이를 통해 팀원들이 적재적소에 자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위임하기’가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잘 위임하려면,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해야 하고 그 결정이 팀원들과 잘 동기화돼야 해요. 저는 보통 혼자 정할 수 있는 일이더라도 함께 결정하려고 노력해요. 실무자는 결국 팀원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할 당사자가 공감하고 이해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려는 거예요. 종종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이 리더 개인을 위한 건지, 팀을 위한 건지, 개별 팀원을 위한 건지 헷갈리게 하는 리더가 있어요. 어떤 근거나 생각으로 결정한 건지 잘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일 텐데요. 저는 리더로서 팀과 함께 의사결정을 했을 때, 항상 모두에게 ‘팀을 위한 결정이다’라고 느껴지게 하고 싶어요.
애정이 많은 편인데 사실 그 기반 자체는 좀 냉정할 수도 있어요. 저는 리더고, 리더의 성과는 팀이 얼마나 일을 잘했냐로 판단되는 거잖아요. 따라서 성과를 잘 내기 위해서 구성원들이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거고, 이를 위해선 구성원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잘 알아야 해요. 유효한 피드백을 주려면 강점과 약점, 특징을 잘 알아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관찰을 잘해야 하는데요. 관찰하다 보면 애정이 생겨요. 시작은 지극히 ‘일을 잘 하고 싶어서’인데 각 구성원뿐 아니라 팀에 애정이 생기는 거죠. 그럼 팀이 성공하고 성장할 수 있게 진심으로 고민하게 돼요.
리더와 구성원이 일대일로 대화 나누는 1on1 시간을 잘 활용해요.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1on1은 시작과 끝이 특히 중요해요. 저는 1on1 전날 미리 질문지를 작성해서 공유해요. 주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만나야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팀원에게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간단히 적어 오도록 해요. 그럼 생각지 못한 주제를 마주할 때가 있는데, 미리 고민해 더 깊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요. 1on1이 끝난 후에는 제가 이 팀원을 위해 할 수 있는 2주 동안의 액션 아이템을 정해 공유해요. 그래야 다음 1on1에서 그걸 기준으로 이야기를 더 잘 나눌 수 있거든요.
1on1을 잘 활용하면 평가도 잘 할 수 있게 돼요. 리더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평가잖아요.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면 업무 중에도 호흡이 안 맞을 수 있어요. 따라서 평소에 1on1을 통해 서로의 기대치를 명확하게 잡는 게 중요해요. 팀원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짧은 기간 안에 얼마나 성장할지 명확히 할 수 있고, 그래야 팀도 성장하고 개인도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기준을 잡고 피드백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1on1이 지적 받는 자리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건 1on1의 가장 마지막 순서에 간단히 하고, 대부분은 팀원이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더라고요. 결국 팀원들이 ‘리더는 성과를 요구하고 평가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같이 해결해 주려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보다 잘 정의하는 사람이 당근에 오길 기대하고 있어요. 단순히 ‘이런 기술을 써 봤고 개발해 봤다’는 것보다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래서 뭐가 바뀌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지원자에게 업무의 배경과 결과를 가장 많이 물어봐요. 일의 앞뒤 맥락을 파악하고 있는지 보려는 거죠.
특히 이런 역량은 시니어일수록 더 중요해요. 경력은 긴데,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은 시니어로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시니어는 양이 아니라 질적으로 팀에 더 크게 기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큰 그림을 보고 행동해 팀의 잠재력을 넓혀야 하죠. 그런 역량이 있는 사람은 기술적인 역량도 뛰어날 거라고 믿어요. 나아가 혼자 일하고 혼자 성과를 내는 것보다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어요. 그래서 팀뿐 아니라 회사에도 좋은 인사이트를 나눠줄 수 있는 분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당신 근처의 지역 생활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