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1년 차 신입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고백

2026-05-13
어느 1년차 신입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고백

안녕하세요! 당근알바팀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Windy예요. 작년 여름 인턴으로 입사해 정규직이 되었고, 곧 1년이 되어가네요.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백을 하나 하자면, 입사 초의 저는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하는 디자이너였어요. 화면 하나를 며칠씩 붙잡고 인터랙션과 픽셀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 몰두하곤 했죠. 프로덕트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유저를 무조건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더 디테일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럴수록 일의 속도가 점점 느려졌어요.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사이 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 글이 당근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일하는 방식이 궁금했던 분들께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해요.

입사 첫 주, 당근알바 사용자가 되어보다!

당근알바팀에는 신규 입사자라면 직접 사용자가 되어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써보는 문화가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라고 하면, 구인자가 되어 아르바이트 공고를 올리고 지원자와 직접 약속을 잡는 것부터 구직자가 되어 마음에 드는 공고에 이력서를 넣고 근무 후기까지 남겨보는 거예요.

저도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한 디너 콘서트 현장에서 진행되는 행사 보조 아르바이트에 지원해 봤어요. 그리고 며칠 뒤 직접 아르바이트생이 되어 다른 아르바이트생분들과 테이블을 옮기고, 음식을 나르고, 뒷정리까지 해봤죠. 일하는 동안 화면 너머로만 그리던 사용자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정말 설렜어요. 같이 일하는 분들께 어떻게 공고를 보고 오셨는지, 당근알바를 얼마나 자주 쓰시는지 여쭤보기도 했고요.

일을 마친 뒤에 글을 올리신 사장님과도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근무가 끝난 후 후기를 남기는 '근무 확정' 버튼을 사장님이 누르지 않으셨던 게 보이더라고요. 마침 좋은 기회다 싶어 "혹시 어떤 점이 불편하셔서 안 쓰고 계신지 궁금해요"라고 여쭤봤더니, 사장님은 잠시 갸웃하시곤 이렇게 답하셨어요. "그런 기능도 있나요? 있는지도 몰랐네요."

대답을 듣고 순간 머리가 멍해졌어요. 저희가 시간을 들여 만든 기능이 사장님께는 인식조차 되지 않고 있던 거예요. 직접 현장에서 일하며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이었죠.

그날 바로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현장에서 느낀 개선 포인트를 정리해 팀에 공유했어요. 팀원들도 처음 생각해보는 지점이라며 흥미로워하셨고, 제가 제안한 아이디어 몇 개는 액션 아이템으로 올라가기도 했죠. 그동안 사용자 중심으로 일해야 한다는 말은 셀 수 없이 들었지만, 직접 사용자가 되어보는 건 또 다르더라고요.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 신기했던 하루였어요.

사용자의 '전체 흐름'을 설계하기

그렇게 한 번 사용자가 되어보고 나니, 이후로도 자연스럽게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들여다보는 시선이 생겼어요. 그러던 중 아이돌봄, 등하원 도우미처럼 사용자가 신중하게 결정하는 영역인 키즈케어 매칭을 개선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 영역은 이웃알바 카테고리 중에서도 매칭 경험이 가장 좋지 않았어요. 공고를 끝까지 작성하는 구인자도 적었고, 지원자의 자기소개도 부실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처음엔 막연히 '작성 단계가 복잡해서'라고 추측하고 기능을 개선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단계를 줄이는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뜯어봤지만, 데이터는 '어디서' 막히는지만 보여줄 뿐 '왜' 막히는지는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결국 이번에도 진짜 답을 찾기 위해 사용자분들을 직접 만났어요. 알고 보니 진짜 문제는 글을 쓰는 게 오래 걸려서가 아니었어요.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연함이 진짜 문제였죠. 다른 사람의 글을 복사해 쓰거나 수십 개의 공고를 눌러보며 고민하고 계셨던 거예요.

그래서 가설을 뒤집었어요. 기존에는 제목과 하는 일만 입력하면 AI가 질문을 생성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이 정보를 먼저 받아 아이의 나이대와 역할에 맞는 질문을 제공하기로 했어요. 질문 항목은 최근 구인글 1,000여 건을 분석해 30% 이상 반복적으로 언급된 것들로 추리고, 아이 연령대와 역할별로 분류해 선택지에서 고르기만 하면 AI가 자연스러운 구인글로 완성해주는 흐름으로 재설계했죠.

그러자 유의미한 변화가 구인자와 구직자 양쪽에서 모두 나타났어요. 구인자 쪽에서는 공고 작성 시간이 78% 줄고, 작성 전환율이 6% 늘었어요. 구직자 쪽에서는 자기소개 평균 글자 수가 93% 길어졌고요. 구인자와 구직자 사이에 오가던 불필요한 채팅도 19% 줄었어요.

처음부터 화면을 예쁘게 만드는 데만 매달렸다면 제 가설이 틀렸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을 거예요. 일찍 사용자를 만나고 빠르게 가설을 검증했기에 정답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었죠. 이 경험을 통해 좋은 디자인은 단순히 사용성 좋은 화면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체 흐름'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것도 배웠어요.

생존을 위해 빠르게, 더 빠르게

비슷한 시기에 전사의 유저 인게이지먼트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인 '당근이네'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이곳에서 제가 배운 건 '생존을 위한 극한의 속도'였어요. 초기 서비스팀으로서 성과를 증명해야 했고, PM, 엔지니어와 한 몸처럼 움직이며 치열하게 일했죠. 정말 작은 회사를 창업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저희의 모토는 "오늘 기획하고 오늘 배포하자"였어요. 서비스의 성공 공식을 찾기 위해 무조건 많이 실험해보는 게 중요했거든요. 아이템을 던지고, 실패하면 다른 방향으로 틀고, 성공하면 디벨롭하는 식으로요. 정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일했죠.

한때는 쪽지, 미션, 당근 키우기 같은 기능을 차례로 배포하면서 강력한 성공 공식을 찾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답이 오래가지는 않더라고요. 다른 지표에서 또 빈틈이 보였거든요. 그래서 "키우는 재미"에서 "모으는 재미"로 방향을 확장하며 당근도감을 새로 만들기도 했죠. 성공한 뒤에도 멈추지 않고 유저 반응을 계속 살펴야 한다는 걸 매일 부딪치며 익혔어요.

그렇게 다양한 기능을 빠르게 기획하고 배포해갔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크리스마스 시즌 이벤트에 몰두했을 때예요. 당근이 캐릭터가 유저와 함께 트리를 꾸미는 콘셉트로, 산타에게 소원 쪽지를 보내고 미션을 통해 오너먼트를 모아 트리를 완성해가는 흐름이었죠. 당근이 캐릭터의 감성과 인터랙션이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큰 이벤트라 긴장도 많이 됐어요. 배포 전날에는 '내가 놓친 게 있으면 어쩌지' 싶어 쉽게 잠도 안 오더라고요.

그런데 걱정과 달리,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배포한 후 정체되었던 DAU가 두 배 가까이 올라갔어요. 함께 밤늦게까지 매달렸던 팀원들과 결과를 나누면서 정말 기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성과적으로도 뿌듯했지만, 개인적으로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에서 배운 점도 많았어요.

여러 팀을 동시에 오가다 보니, 같은 원칙도 프로덕트 단계에 따라 전혀 다르게 적용된다는 걸 알게 됐죠. 당근알바팀에서는 데이터와 사용자 인터뷰로 문제의 본질을 깊게 파고들었다면, 당근이네에서는 작은 가설을 빠르게 만들어 반응을 보고 다음 방향을 찾아갔으니까요. 성숙도와 목표가 다르면, 디자이너가 움직이는 속도도 유연하게 달라져야 하더라고요.

답을 찾아 헤맸던 시간들

1년 전의 저는 화면 하나를 잘 만들어 내놓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픽셀 하나, 인터랙션 하나에 며칠씩 매달리며 충분히 다듬어졌다고 느껴질 때까지 결과물을 붙들고 내놓지 않으려 했죠.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수록 더 디테일에 몰두했고, 그럴수록 일의 속도가 느려지는 날도 있었어요.

그러다 현장에서 만난 사장님, 데이터로는 보이지 않던 답을 직접 들려준 키즈케어 영역의 구인자분들, 작은 단위로 빠르게 실험하던 당근이네팀에서의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당근의 실험 문화를 가까이에서 겪으면서 빠르게 내놓고 반응을 확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거든요.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다음 방향을 알려주더라고요.

그렇게 여러 번의 실험을 거치면서, 결국 답은 본질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어요. "사용자가 왜 이 서비스를 선택하고, 왜 계속 사용하는가." 그리고 그 답은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수록 멀어지고, 빨리 만들어 사용자 앞에 내놨을 때 비로소 정답에 가까워지더라고요.

이런 일하는 방식은 데이터를 더 잘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동료, 더 나은 제품을 위해 기꺼이 충돌해 주는 동료, 자기 일처럼 두 팔 걷고 함께 고민해 주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에게 좋은 디자이너는 머릿속에 완벽한 답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의 답을 듣기 위해 빠르게 만들고 직접 확인하러 가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디자이너에 대한 답은 계속 달라지겠지만, 그 변화를 따라 계속 고민하고 움직이는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어요.

Windy

Product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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