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기후위기 전문가. 서울대학교에서 환경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환경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채식을 실천해 온 행동주의자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오랜 세월 고민해 온 학자이기도 하다. 서울시 공동주택 에너지자립마을 연구를 토대로 기후위기 해결의 실마리가 동네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가뭄과 폭우, 혹한과 폭염 같은 극단적인 날씨들이 연달아 나타나는 세상. 기후 ‘변화’를 넘어 ‘위기’에 접어든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상의 소비 습관을 바꾸고, 동네에서 이웃들과 작은 실천을 함께 하는 삶이 우리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작은 변화들,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끄는 중고거래와 지역사회의 힘에 대해 윤순진 교수와 이야기 나눴다.
“지금 한번 볼게요. 올해 벌써 몇 명이나 사망했는지. 이게 늘 그래프로 나오거든요.” 기후위기의 현주소가 어떻냐는 질문에 윤순진 교수는 죽음의 수로 답했다. 그가 살펴봤을 때만 해도 30명이었다던 온열 질환 사망자 수는 한 달 만에 4명이 늘어 34명(2024년 9월 기준)이 됐다. 더워진 날씨 탓에 누군가의 동생, 친구, 가족, 동료였을 소중한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욱 두려운 사실 한 가지는 앞으로 더욱 혹독한 추위와 찌는 듯한 더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날씨가 더워지는 것만 문제인 줄 알았는데 폭우나 한파도 기후위기에 따른 여파였군요.
지구온난화라는 말 때문에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어요. ‘겨울에 이렇게 추운데 무슨 지구 온난화?’ 하는 거죠. 지구온난화라는 건 지표면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그 자체만 일컫는 거고요. 그 결과로 발생하는 게 기후변화예요. 최근에는 그 심각성이 높아져 기후위기, 기후재난이라고도 하죠.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나면 한 지역은 아주 더워지고 또 다른 지역은 아주 추워질 수도 있어요. 호주가 폭염에 시달리는 동안 미국 북동부는 체감온도가 영하 50도 아래로 떨어지고 그러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순간이 많아진 것 같아요.
앞선 사망 사례들이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생명을 위협받는 건 마찬가지예요. 몇 년 전에는 폭우 때문에 서울 강남 한복판이 잠겼어요. 태풍 힌남노가 왔을 때는 포항 지하 주차장에서 8명이 사망했고요. 사망자 명단에는 중학생 아이도 있었죠. 최근에 폭우가 내렸을 때는 시내버스가 갇혀 타고 있던 18명이 오송 지하차도에서 사망했죠. 지역에 상관없어요. 그냥 평범하게 출퇴근하고 이동하던 사람들이 사망했잖아요. 기후위기를 남의 일로만 생각할 수는 없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