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프로덕트를 애정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요?
당근에서는 종종 프로덕트를 ‘키운다’고 말해요. 마치 아이를 돌보듯 수많은 고민 끝에 세상에 내놓고,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기 때문이죠. 때로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첫걸음마를 응원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프로덕트가 스스로 성장하는 순간을 볼 때의 기쁨은 정말 커요.
이번 글에서는 커뮤니티실에서 모임팀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Cody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단지팀의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가는 Ina를 만났어요. 두 사람이 어떻게 프로젝트에 애정을 쏟고 있는지 자세히 들려드릴게요.
Cody: 모임팀에서 Growth Manager로 일하고 있는 Cody예요. 말 그대로 모임의 ‘성장’을 위한 모든 일을 하고 있어요. 저희 팀은 동네에서 사람들이 가장 작은 단위로 모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임을 이어갈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죠.
Ina: 단지팀에서 Product Manager로 일하고 있는 Ina.kang이에요. 제가 속한 단지팀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연결하는 일을 해요. 동네를 연결한다는 당근의 핵심 가치를 단지라는 작은 공간에 구현하고 있어서 ‘미니 당근’이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Ina: 당근은 주변에서 모두 쓰는 서비스라, 제가 만드는 기능이 사람들의 생활에 바로 닿는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어요. 내가 만든 게 누군가의 일상에 실제로 쓰인다는 게 매력적이었죠. 무엇보다 당근은 로컬을 연결하는 힘을 믿는 회사예요. 단순한 중고거래를 넘어 동네의 숨은 가치를 깨운다는 점이 좋아서 합류를 결정했어요.
Cody: 당근에 합류하기 직전에 크로스핏 커뮤니티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마침, 그때 당근에서도 운동 모임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었고요. 사람들이 운동을 계기로 금세 가까워지고, 이웃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지역 커뮤니티의 매력을 느꼈어요. 그 경험을 살려 이웃 간의 연결을 더 크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당근을 선택했어요.
커뮤니티실 모임팀 Growth Manager, Cody
Cody: (웃음) 정말 말 그대로 '바닥'이었어요. 모든 걸 손으로 해야 했으니까요. 처음 모임이 만들어졌을 때는 활동 가이드라인조차 없었거든요. 모임장분들에게 어떻게 소개 글을 써야 사람들이 믿고 들어오고, 첫 일정을 만든 뒤에는 어떤 후기를 남겨야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지 같은 기본적인 부분들을 제가 하나하나 챙겨드렸죠.
마치 바로 옆에서 “제목에는 모임을 실제로 자주 진행한다는 식의 신뢰 문구를 꼭 넣어주세요”, “첫 일정은 모임 후기까지 남겨주셔야 해요” 하고 말을 걸면서 도와드리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들이지만, 그땐 모든 게 처음이라서 다 직접 해야 했거든요.
Cody: 맞아요. 전국 러닝 모임 90개에 하나하나 들어가서 누가 미션을 했는지 수동으로 확인하기도 했죠. 정말 사람이 직접 뛰어다니며 챙기는 느낌이었답니다. 그런데도 당시엔 힘든 줄 몰랐던 것 같아요. 참여자들이 후기를 남기며 즐거워하는 걸 보면 고생했던 게 다 잊혔고, 저도 자연스럽게 더 챙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일이 쌓여도 오히려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Cody: 네. 서울시와 함께 ‘한강 보물찾기런’을 진행했어요. 두세 명 이상 모임을 만들어 한강을 함께 달리면서 QR코드를 찾으면 리워드를 주는, 당근 모임의 첫 오프라인 이벤트였죠. 그런데 첫날 토요일은 예상보다 참여자가 적었어요. 현장에서 모임을 결성해야 하는 구조라서 장벽이 생각보다 높게 느껴졌던 거예요. 준비했던 상품도 많이 남고, 분위기도 썰렁했어요. 큰일 났다 싶었죠.
Cody: 맞아요. 첫날 행사가 끝나고 함께 행사 기획을 맡았던 팀원들과 차 안에 있었는데, 분위기가 무겁고 다들 지쳐 있었어요. ‘이대로 가면 내일도 망한다’라는 위기 감이 느껴졌죠. 차창 밖은 캄캄하고, 안은 축 늘어진 공기였는데, 그때서야 진솔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가입 같은 큰 액션은 억지로 끌어내지 말자. 그냥 가볍게 경험하게 만들자.”
서울시와 함께 주최한 ‘한강 보물찾기런’ 현장 사진
그래서 둘째 날부터는 인스타그램에 당근 계정만 태그해도 상품을 주기로 했어요. 분위기가 뒤집혔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참여했고, 준비했던 상품은 순식간에 다 나 갔어요. 그때 확실히 배운 게 있어요. 생각보다 모임에 가입하는 행위 자체가 허들이 높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가입만을 내세우는 건 효과적이지 않고, 오히려 작은 경험을 먼저 제공해야 한다는 레슨런을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운 거죠.
Cody: 네, 맞아요. 한강런에서 얻은 교훈과 앞선 여러 실패에서 배운 점을 합쳐 나온 게 바로 팥빙수 이벤트예요. ‘모임 생성이나 가입 같은 큰 액션은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일단 모임 홈에 들어오게만 하자.’ 이런 가설을 세웠죠.
여름 시즌이라 이벤트 콘셉트도 팥빙수 만들기로 잡았어요. 다양한 연령대에 익숙한 팥빙수를 활용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해 주는 게 취지였죠. 버튼 몇 번만 누르면 포인트가 쌓이고, 친구에게 공유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설계했어요. 가장 중요했던 건, 사람들이 이벤트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임 홈으로 이어지도록 한 거예요. 경험을 통해서 모임을 만나게 만든 거죠.
Cody: 기대 이상이었어요. 신규 모임 수가 2배 이상 늘었고, 전사 MAU에 기여할 만큼 바이럴이 크게 일어났어요. 많은 분이 처음으로 모임을 경험했고, 반응이 몰리면서 서버가 잠깐 멈출 정도였죠. SNS 실시간 트렌드에도 오를 만큼 주목을 받았어요. ‘이벤트 한 번으로도 서비스 성장에 힘을 보탤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고 요. 지금 돌이켜보면, 팥빙수 이벤트는 저희가 다음 실험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 같은 역할을 해줬던 것 같아요.
Cody: 네, 사실 그전에도 몇 번 그로스 이벤트를 시도했는데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진 않았어요. 모임 생성이나 가입으로 바로 이어지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죠. 그래도 그 과정이 헛된 건 아니었어요. 뭐가 안 통하는지 빨리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팥빙수’ 이벤트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번에 잘된 건 절대 아니었고, 두세 번 실패하고서야 성공을 만난 셈이죠. 그 이후로 커뮤니티실에는 자연스럽게 '두 번 실패하고 한 번 성공한다'는 리듬이 자리 잡았어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속도감 있게 계속 시도해 보자는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커뮤니티실 단지팀 Product Manager, Ina
Ina: 단지 프로덕트는 ‘당근이 강조해 온 하이퍼 로컬을 커뮤니티에서 본격적으로 풀어보자'라는 시도에서 시작됐어요. 아파트 단지라는 가장 생활 밀착적인 단위를 정하고, ‘이 안에서 커뮤니티를 다시 한번 키워보자’는 결론을 내린 거예요.
Ina: 사실 그럴 줄 알았죠. 속았어요.(웃음) 단지도 처음엔 진짜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0부터 시작했거든요. 전국 아파트를 하나하나 조사하면서 세대 수를 세고, 지도 위에 단지 모양을 직접 그려 넣었으니까요.
컴퓨터 화면 위에 점을 찍어 경계를 이어가는데, 거의 색칠 공부 같았죠. 아파트 이름도 워낙 제각각이라 “이 표현을 써도 되나?”를 일일이 검수해야 했고요. 지금은 시스템이 많이 갖춰졌지만, 그땐 정말 손으로 집을 한 채 한 채 짓듯 단지를 세워나가는 기분이었어요.
Ina: 모임팀에 있을 때는 오프라인 이벤트나 실험으로 속도를 냈다면, 단지팀에서는 더 ‘주민들이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 사진이 채팅방에 올라와도 금방 묻혀서 다시 보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사진만 올리면 AI가 내용을 추려 게시글로 정리해 주는 기능을 붙였죠.
또 나눔의 경우, 중고거래 서비스로도 충분히 편하게 할 수 있는데 주민분들이 “먼저 우리 단지에 올리고 싶다”는 마음을 많이 표현하셨어요. 가까운 이웃에게 먼저 나누고 싶어 하는 모습이 채팅에서도 자주 보였고요. 그 흐름을 제품에 담아 아예 ‘나눔’ 게시물 타입을 따로 만들었어요. 그 뒤로 과일 트럭 공유, 공동구매, 에어컨 청소 같이할 분 모집 같은 생활밀착형 글도 자연스럽게 넣었답니다.
Ina: 맞아요. 초반에는 글을 쓰면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도 해봤는데, 기대만큼 의미 있는 글이 나오진 않았어요. 대신 그 과정에서 질문 글에는 주민들의 반응이 특히 활발하다는 걸 발견했죠. 병원이나 맛집 같은 생활 질문에는 답이 금세 달렸거든요.
그걸 보고 이벤트가 아니라 UX로 풀어야겠다 싶었어요. 지금은 질문 글을 쓰면 ‘단지봇(AI)’이 1차 답변을 달아주고, 부족하면 채팅방으로 이어져서 주민들이 직접 돕는 구조예요. 빠르게 시도해 보지 않았다면 프로덕트 방향성을 잡지 못했을 거예요.
Ina: 네, 이것도 비슷해요. 단지 게시 판을 보다 보면 주민분들이 알바 구인·구직 글을 많이 올리세요. 커뮤니티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바와 연결되는 맥락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단지에서 알바를 바로 이어볼 수 있도록 기능을 붙였어요. 처음부터 알바를 붙이자는 계획이라기보다, 이미 주민들이 그렇게 쓰고 계셨기 때문에 경험을 더 편하게 개선해 드린 거예요.
Ina: 모임팀 시절 러닝 모임에 참여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한강에서 뛰고 있는데 갑자기 서버가 터진 적이 있었거든요. 팀원들과 잔디밭에 앉아서 현장에서 바로 노트북을 펴고, 다 같이 모기에 마구 뜯기는 줄도 모르고 대응했어요.
당근 커뮤니티실 단체 사진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팀원들과 맥주 한잔하며 제품 얘기를 몇 시간 동안 했는데, 그때 받았던 충격이 아직 도 생생해요. ‘아, 이 사람들은 진짜 제품에 진심이구나. 이런 사람들이랑 일하면 계속 재밌겠다.’ 그런 확신이 들었거든요.
Cody: 지금까지는 모임이 생겨나는 과정을 빠르게 실험하고, 이벤트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왔어요. 앞으로는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모임을 발견하고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당근이 거래를 넘어 동네 전반을 담아내는 것처럼, 모임도 '이런 게 있었어?'가 아니라 '당연히 모임이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서비스가 되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그런 과정을 개척해 나가는 게 저희 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Ina: 팀 리더 Root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동네를 여는 문이 당근이라면, 당근을 여는 문은 단지다.” 단지는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삶의 기반이에요. 몇 년에서 수십 년을 함께하는 생활권이죠. 아파트 안에서 이미 존재하는 이 생활 단위가 당근에서도 확장되면 훨씬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알바나 나눔뿐 아니라, 상가 소식처럼 생활 전반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을 꿈꾸고 있어요.
Ina: 회사 다니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디에나 같이 일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당근에서는 그 런 걸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요. 다들 오로지 프로덕트를 어떻게 더 잘 키울지만 고민하거든요. 그래서 제품이 잘되면 다 같이 내 일처럼 기뻐하고, 잘 안되면 함께 아쉬워해요. 진심으로 제품을 아끼는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팀이죠. (웃음) 그런 팀 안에서 애정을 쏟아 무언가를 직접 키워내는 일은, 다른 곳에서 쉽게 얻기 힘든 경험이에요.
Cody: 팀의 방향과 맞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볼 수 있어요. 누가 “이거 해보면 어때요?”라고 말하면, 그게 바로 실행으로 이어지는 곳이에요. 일을 단순히 ‘업무’로만 생각하지 않고, 제품을 더 잘 키우기 위한 고민으로 이어가기 때문이죠. 저는 원래 겁이 없는 편은 아닌데, 이곳에서는 처음으로 먼저 부딪쳐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그 경험이 팀의 자산이 된다고 믿거든요. 커뮤니티를 함께 키우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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