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당근마켓에는 OOOO가 없다

서비스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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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의 상징이 된 매너온도🌡️. 뭉근하게 따뜻한 36.5도부터 인간 용광로 99도까지, 많은 사용자들이 매너온도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재미를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과연 우리나라를 넘어서 글로벌 시장에선 어떨까요? 일본, 미국, 캐나다로 진출한 당근마켓 글로벌 서비스 Karrot은 매너온도를 어떻게 현지화했을까요? 지난 글 ‘쿨한 사람? 따뜻한 사람? 매너온도 글로벌 수출기’에 이어, 글로벌 프로덕트에서 당근마켓의 매너온도가 어떻게 개선됐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글로벌화(Globalization) 대신 현지화(Localization)

글로벌화가 세계 공통의 단일한 표준화를 노리는 전략이라면, 현지화는 해당 지역의 문화·정치·사회적 특성에 맞추어 현지에 맞게 특화하는 전략이에요. 동네마다 다른 문화가 있듯,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의 체온인 36.5도로 시작하는 '매너온도'가 사용자 사이에 신뢰가 될 수 있는 주요한 기능으로 잘 자리 잡은 반면, 영미권 문화에서는 그렇지 못했어요. 사용자들이 각각 체온의 범위를 달리 생각하고 있었어요. 인터뷰를 통해 사용자간 신뢰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점수'나 '별점' 체제라는 것을 확인했어요. 따라서 Karrot도 현지화 전략에 맞게 ‘매너온도’ 대신 ‘당근 점수 Karrot Score’로 변경하기로 하며 서비스명과 기능을 변경했습니다..

개선한 기능도 다시 보자

하지만 개선 이후에도 별점 체계처럼 ‘신뢰를 한눈에 판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유저 보이스가 여전히 들려왔어요. Karrot score는 기본 30점에서 시작했는데요. 30점이라는 점수가 신규 유저인 건지, 부정적인 활동 때문에 떨어진 점수인 건지 알 수 없어 신뢰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발견된 거예요. Karrot score를 한번 더 개선하기 위해 중고거래 서비스를 이용 경험이 많은 유저 12명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유저들이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판단할 때 참고하는 정보는 크게 3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거래 상대방이 남긴 조작 불가능한 정보들: 거래 상대방의 리뷰/피드백, 거래 횟수, 추천 비율/점수
  2. 오랜 기간 활동으로 쌓은 이력들: 가입 일자, 작성한 게시글 목록, 응답 시간, 뱃지
  3. 데모그래픽을 추론할 수 있는 정보들: 프로필 이미지, 닉네임, 자기소개, 동네명

그중에서도 가장 신뢰하는 정보는 거래 상대방이 남긴 리뷰/피드백으로, 누적된 리뷰 중 부정적인 내용은 없는지 참고하고 있었어요. 정리한 유저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유저들의 신뢰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Karrot Score 기능을 개선하기 시작했습니다.

  • 첫 번째, 사용자들이 신뢰를 판단하는 데 가장 많이 참고한다고 답한 ‘상대방의 리뷰’를 프로필 화면 최상단에 배치했어요. 신뢰 판단에 가장 중요한 상대방의 리뷰와 피드백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도운 거예요.
  • 두 번째, 기존 30점에서 시작하던 Karrot score를 0점에서 시작하도록 변경했어요. 30점으로 시작하는 기존 방식에서는 Karrot 활동으로 쌓인 이력인지, 신규 유저인지 명확하게 알기 어려웠어요. 0점에서 시작하면 활동으로 쌓은 점수와 시작 점수의 차이가 생겨 유저들이 Karrot score를 통해 신뢰 정보를 판단할 수 있었어요.
Shutterstock/Cast of Thousands

문제의 본질로 Drill down

이미 사용 중인 점수 체제를 하지만 새로운 Karrot Score는 이미 사용 중인 기능이었어요. 30점에서 0점으로 개선하면, 기존 사용자들의 Karrot score 점수가 내려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사용자가 각자 기준으로 삼던 점수가 있을 텐데 점수대에 대한 혼란이 생길 우려도 있었고요. 이처럼 기존의 100점 만점 점수 체계가 가지고 하위 요소 혹은 구성 요인이 무엇인지 모두 나열하고 파악하기로 했어요. '30점이 아닌 0점에서 시작하면 좋겠다'라는 사용자 니즈에 단편적으로 머물지 않고, 제품에서 해결해야 하는 궁극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원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파악한 거예요.

  • Karrot score는 서비스 안에서 긍정적인 활동을 하며 점수를 쌓아나가는 포인트 시스템이에요. 하지만 유저들은 중고 거래 시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리뷰 점수의 평균치라고 생각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 점수가 쌓이지 않은 신규 유저를 나쁜 유저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아직 Karrot은 초기 시장이라 신규 유저의 유입이 많은 상황인데, 좋은 경험을 주는 게 중요했어요.
  • 당시 유저들의 평균점수가 40점 이하인 상황에서, 대부분의 유저를 대할 때 신뢰를 느끼기 어려웠고 이는 Karrot이라는 플랫폼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었어요.

이처럼 문제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시도는 새로운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됐어요. 당근마켓 글로벌 프로덕트 팀은 여러 고민을 거쳐 Karrot Score를 1000점 만점으로 변경하기로 했고, 여기에 유저의 Karrot 서비스 활동 상태를 보조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Level’을 함께 도입하기로 했어요.

  • ‘레벨’은 신규 유저를 표현할 수 있는 보조적인 역할도 도왔어요. ‘Novice Karroter’ 레벨 표시를 통해 거래 경험이 없지만 새로 들어온 신규 유저라는 안내를 주어, 0점이더라도 Karrot에서 좋은 거래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했어요.
  •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도록 포인트를 쌓는 동시에 레벨 업하는 성취감을 주고자 했어요.
  • 100점 만점에서 1000점 만점으로 점수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인식시키기로 했습니다.

Karrot Brand 녹여내기

매너온도는 당근마켓 하면 떠올릴 수 있는 확실하고 강력한 브랜딩 요소로 유저들에게 자리 잡혀 있어요. Karrot Score 역시 Karrot 서비스의 주요한 브랜드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 고민하며 다음과 같은 시도들을 해 보았습니다.

  • Karrot score 점수 옆 Karrot 심볼을 넣어 유저들에게 더 자주 노출했어요.
  • Karrot score 레벨마다 각 레벨이 의미하는 안내 문구를 넣어, 친절하고 따뜻한 서비스라는 인식을 주고자했어요.
  • 레벨명 뒤 ‘Karroter’을 붙여 Karrot 유저들을 칭하고, 이후 Karrot내의 공지사항이나 이벤트에서 ‘Karroter’를 활용해 계속 유저들의 서비스 내 소속감을 강조해주고자 했어요.

이 외에도 Karrot 브랜드가 유저들에게 잘 전달되기 위해 팀원들과 다양한 레벨 명칭을 고민했어요. 그중 하나는 식물 당근의 성장기 형식인 Seed → Baby → Budding → Flowering이었어요. 하지만 당근에서 시작해서 꽃을 얻어가는 마지막이 어리둥절해지지 않냐는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답니다. 결과적으로 Novice → Rookie → Skilled → Pro → Expert 레벨, 1,000점 유저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Legendary 레벨을 만들었어요. 직관적이고 명쾌한 경험이 되는 네이밍이었죠.

국내에서 사랑받는 매너온도 기능이 글로벌 시장에서 문화 차이로 인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요. 해외 사용자의 멘탈 모델을 이해하고 서비스에 적용하는 소중한 경험이 됐어요. 이런 경험을 토대로 Karrot은 프로덕트의 세부적인 부분까지도 문화나 배경의 차이를 기반으로 개선해나가려고 합니다.

Karrot score 기능 개선은 이제 시작이에요! 서비스 내에서 꾸준히 사용자에게 다가가고, 점수와 레벨을 올리고 싶어지는 동기부여를 주어야 하거든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Karrot score의 신뢰 지표로서의 기능에 집중했지만, 이후 더 많은 재미 요소들을 추가해 사용자가 서비스를 자주 방문하도록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당근마켓은 사용자가 그 어디에 있든,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끊임 없이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앞으로 더 성장할 글로벌 프로덕트 Karrot의 도약도 함께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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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a

Product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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