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당근 운영개발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Judy.Lee예요. 지난 글에서는 당근 운영실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해 공유드렸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운영실만의 독특한 문화가 녹아든 또다른 사례들을 소개드리려고 해요.
운영실은 3개월마다 회고와 해피니스타임을 진행합니다. 항상 목표를 향해 분주하게 달리는 팀인 만큼,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회고에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는데 운영실에서는 많이들 익숙하실 KPT(Keep, Problem, Try) 회고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여기에 추가로 한 가지 독특한 게 있다면, 논의 냉장고가 있다는 건데요!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더 논의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지만, 시간 관계상 회의 시간에 이야기를 끝맺을 수는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더라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실에서는 ‘논의 냉장고’라는 문서를 만들어서 주제를 차곡차곡 쌓아두기로 했습니다.
📍 운영실 냉장고 사용 시 주의사항
팀에서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게 피어나는 운영실 특성상, 냉장고가 금방금방 꽉 차더라고요.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두다 보면 더 이상 넣을 공간이 부족할 때도 있고, 오래전에 넣어둔 음식이 상해버려서 버려야 하는 상황도 생기죠. 논의 냉장고도 똑같습니다!
논의 냉장고의 적정 용량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논의 냉장고에 들어있는 주제를 골라 논의를 진행하고, 주제 목록을 보다가 이미 해결되어 논의가 필요하지 않은 주제가 있다면 폐기하기도 해요. 그동안 운영실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주제뿐만 아니라 팀 문화와 관련된 주제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회고가 필요한 건 프로젝트만이 아니에요! 기존에는 분기마다 진행하는 OKR 회고 시간을 활용해 정성적인 이야기, 개인적인 소회도 많이 나누었는데요. 정량적인 회고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OKR 회고 시간에 정성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논점이 흩어지기도 하더라고요. 따라서 운영실에서는 정성적인 회고를 진행하는 시간을 ‘해피니스타임’으로 분리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해피니스타임은 팀원들끼리 업무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 상태도 체크하는 시간이에요. 꼭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게 아니어도, 일을 하는 전반적인 만족도와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어요. 운영실은 아래 10가지 항목들에 대해 5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요.
각자의 점수를 보면서 지난 해피니스타임 이후에 달라진 점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답니다.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정서적인 유대감을 높이고 심리적 안전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돼요. 운영실은 이렇게 쌓이는 단단한 신뢰와 믿음이 더 마음껏 시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장이 되어주리라 믿고 있어요.
여러 방식으로 회고를 시도하며 더욱 잘 자리 잡은 문화가 있는데요. 바로 공유 문화예요. 당근은 사내 메신저로 ‘슬랙’을 사용하는데요. 슬랙에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스레드를 빠르게 열어 논의할 수 있지만, 실시간으로 나누는 대화의 성격상 나중에 필요한 내용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따라서 미래에 비슷한 상황을 겪을 동료나 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문서에도 잘 기록하기 위해 팀 전체가 노력하고 있어요.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기. 사실 IT 스타트업이라면 어느 프로덕트 팀에서나 ‘사용자 중심’을 내세울 텐데요. 말하기는 쉽지만, 결국 프로덕트에 ‘진짜로’ 사용자의 목소리를 녹여내는지가 관건일 거예요. 일을 하다 보면 사용자 중심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으로 결정하기 쉬울 테니까요.
운영실은 회의나 회고 등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 이외에도 실험 관점에서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기’를 프로덕트에 어떻게 적용할지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좀 더 직접적인 방식을 통해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려고 하는데요. 몇 가지 예시를 소개해 볼게요.
도그푸딩(dogfooding)은 “자신이 만든 개밥을 먹어라(Eat your own dog food).”라는 말에서 유래한 용어로,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는 것을 의미해요. 운영실에서는 정기적으로 개밥먹기 시간을 가지는데요. 주로 당근 앱과 어드민 기능을 직접 사용해 보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파악해요.
당근에서는 사용자가 부적절한 컨텐츠를 접한 다음 직접 앱 내에서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머신러닝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머신러닝과 관련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Aio의 ‘머신러닝 모델로 동네생활 신고 업무 자동화하기’를 참고해 주세요.) 처리 대기 중인 상태로 쌓여 있는 신고를 직접 처리해 보면서 사용자들이 올바른 신고항목으로 신고해 주는지, 머신러닝의 예측 수치가 정확한지뿐만 아니라 신고를 처리하는 어드민 페이지의 사용성을 확인했어요. 사용자들이 신고 항목 제안으로 남겨준 의견도 살펴보며 운영정책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기도 했어요. 개밥먹기 시간을 통해 신고 처리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머신러닝을 더 활용할 수 있거나 고도화할 수 있는 부분을 새롭게 파악하게 되어 적용하게 되었어요.
해리포 터에 마법의 분류모자가 있다면... 운영실에는 ‘사용자 모자’가 있답니다! 사용자 모자는 운영실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사용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착용하는 모자예요. 어떤 기능이 있길래 사용자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쓰는 걸까요? 겉보기에는 특별한 것 없는 야구 모자처럼 생겼지만... 이것만 쓰면 누구보다 적극적인 사용자로 거듭날 수 있는 마법의 모자입니다.
사용자 모자는 당근의 여러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스팸을 막기 위한 열정이 뜨거운 Aio와 Django의 대화에서 탄생했어요. 스팸을 없애려고 서로를 닦달하던 Aio와 Django가 대화하다 “구현이 어려운지는… 제가 모르겠고요! 아무튼 스팸 게시글 안 보고 싶으니까 빨리 개발해 주세요!”라는 얘기까지 나온 것. 물론 그 얘기를 한 Aio가 직접 구현해야 하는 엔지니어라는 게 큰 함정이었지요 🤣. Django는 “헷갈리니까 엔지니어가 아닌 사용자일 때는 모자를 쓰고 얘기하죠!”라고 제안했고 Aio는 바로 자리 옆에 있던 종이봉투를 머리에 쓰면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어요. 그 이후에도 종종 사용자의 관점에서 의견을 낼 때 모자처럼 종이봉투를 쓰곤 했습니다.
종이봉투를 모자처럼 쓰고 사용자 입장에서 대화 중인 Django와 Aio
그러다 어느 날 Django가 ‘사용자’라는 단어가 적힌 야구모자를 주문, 즐겁게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영실에 딱 맞는 물건이 생겼답니다!
사용자 모자를 쓰고 더욱 진솔하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당근 운영실 구성원 모습
이후에는 이 모자만 쓰면 누구든 '진짜 사용자'가 된 것처럼 변신하여, 당근 사용자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당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갈 수 있었답니다.
오늘 글까지 총 2편의 글을 통해, 일을 잘하기 위해 당근 서비스 운영실에서 시도한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았습니다. KPT 회고부터 논의 냉장고, 사용자 모자까지... 결국 당근을 사용하는 분들이 더 나은 경험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 흔적과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운영실은, 당근 내에서 소문난 맛집이라고 알려진 분야가 하나 따로 있는데요. 바로... 온돌방보다도 뜨끈뜨끈하기로 소문난 따뜻하고 재미있는 문화입니다! 이 내용은 곧 3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Software Engineer